최근 “RFP를 입력하면 AI가 제안서를 자동으로 만들어준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관련 데모를 보면 꽤 그럴듯해 보입니다. 문서 구조도 정리되어 있고 표현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AI가 작성한 제안서 초안을 검토해 본 적이 있습니다.
문서 형식은 그럴듯했지만
실제 제안 실무에서는 거의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고객 상황에 대한 이해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경쟁사 대비 차별화도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RFP 평가 기준에 맞춘 대응 구조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없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설명이 반복되는 문서였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AI 제안서가 실패하는 이유는
문서를 잘 쓰지 못해서가 아니라
제안의 본질이 문서 작성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안의 본질은 전략 설계에 있다]
RFP 기반 제안 업무를 오래 해보면
제안의 핵심이 문서 작성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안 준비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일은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 아니라
제안 전략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들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고객이 정말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
평가 기준 중 실제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경쟁사는 어떤 접근을 할 가능성이 높은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 제안을 이길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정리된 이후에야
제안서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제안 조직일수록
제안서를 “작성한다”기보다
제안을 “설계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RFP 평가 기준을 읽는 능력]
RFP 문서를 보면 평가 항목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습니다.
• 기술 역량
• 수행 경험
• 조직 구성
• 사업 수행 체계
• 가격
하지만 실제 제안에서는
이 항목들이 동일한 중요도를 갖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수행 경험이 핵심이 되고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사업 수행 체계가 당락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이 차이를 읽어내는 것이
제안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AI는 평가 항목을 정리할 수는 있지만
어떤 요소가 실제로 중요한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주 전략]
대부분의 성공적인 제안에는
명확한 수주 전략이 있습니다.
왜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선택되어야 하는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운영 경험이 강한 회사라면
안정적인 글로벌 서비스 운영을 강조할 수 있고
플랫폼 구축 역량이 강한 회사라면
디지털 플랫폼 고도화 역량을 중심 전략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이 정리되지 않으면
제안서는 여러 장점이 나열된 문서가 되기 쉽습니다.
AI가 만든 제안서에서
차별화가 잘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수행 신뢰성]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이 전략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수행 신뢰성입니다.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항상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이 조직이 실제로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가
사업 수행 구조는 현실적인가
조직 구성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가
그래서 제안서에서는
• 조직 구조
• 사업 수행 체계
• 기술 아키텍처
• 글로벌 서비스 수행 구조
같은 요소들이 함께 설명됩니다.
이 부분이 약하면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AI가 잘하는 영역]
그렇다면 AI는 제안 업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I는 다음 영역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 RFP 문서 분석
• 요구사항 정리
• 기존 제안 자료 검색
• 문서 초안 작성
제안 준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덕분에 제안 팀은
더 중요한 부분에 시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남는 질문]
AI는 문서를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안에서 중요한 것은 여전히 문서 그 자체가 아닙니다.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경쟁 구도 속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전략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제안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AI가 제안 업무를 어떻게 바꿀지는
어쩌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안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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